LLM이 아닌 인간과 대화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가시거리
nonasking · 2026-10 · English version
작성 과정에 AI를 깊이 활용한 글입니다. 정확히 어떻게였는지는 글 끝에 밝혀 두었습니다.
같은 말로도 상대의 마음을 깎을 수도 있고 어루만질 수도 있다.
이 글은 마음이 있는 상대와 이야기하기 위한 안내서이다.
약속에 늦은 사람에게 서운함을 전하는 길은 여럿이다. “네가 늦어서 기분이 상했어”라고 말할 수 있다. “요즘 많이 바쁜가 봐”라고 할 수도 있다. 굳은 얼굴로 앉아 있을 수도 있고, 아무 답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전하려는 것은 ‘서운하다’ 하나이고 드러난 정도가 다르다. 이 글은 그 정도를 가시거리라고 부른다. 문헌에서 가져오지 않은 예문은 모두 이 장면의 것이다. 기다린 사람이 있고 늦은 사람이 있다. 이 장면의 예문에서 겉에 적힌 말은 큰따옴표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작은따옴표로 적는다.
명시와 묵시
표준국어대사전은 명시를 “분명하게 드러내 보임”으로, 묵시를 “직접적으로 말이나 행동으로 드러내지 않고 은연중에 뜻을 나타내 보임”으로 푼다. 묵시도 뜻을 보이는 일이다. 보이는 방식이 다르다.
공손 이론은 그 방식을 다섯으로 나눴다. 상대의 체면을 건드릴 수 있는 행위를 할 때 사람은 다듬지 않고 드러내 말하거나, 적극적 공손으로 다듬어 말하거나, 소극적 공손으로 다듬어 말하거나, 숨겨 말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다. 이 이론은 행위의 크기를 무게(weightiness)라고 부른다. 무게는 두 사람 사이의 거리, 권력의 차, 그 행위가 그 문화에서 갖는 부담을 더한 값이고, 무게가 클수록 뒤쪽 방식이 선택된다. 다섯 방식 아래에는 구체적인 수단이 달려 있다. 숨겨 말하기 밑에는 힌트 주기, 지나치게 일반화하기, 듣는 이 바꾸기 같은 전략 열다섯이 있다(Brown & Levinson 1987).
요청을 다룬 연구도 같은 짜임을 쓴다. 직접성이라는 잣대에 직접, 관습적 간접, 비관습적 간접의 세 단계를 두고, 구체적인 유형 아홉을 거기에 놓는다(Blum-Kulka, House & Kasper 1989).
이 글도 둘로 나눈다. 명시와 묵시는 잣대다. 침묵, 표정과 몸, 우의적 행동, 일반화한 말, 함축한 말은 수단이다.
잣대는 부품 넷이다. 선례가 있다. 메시지는 “내가 이것을 너에게 이 상황에서 말한다”는 네 요소로 이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Haley 1959). 뒤의 연구는 흐린 메시지를 그 가운데 하나 이상을 가린 것으로 정의하고, 이 넷을 차원으로 삼아 메시지마다 점수를 매겼다(Bavelas, Black, Bryson & Mullett 1986). 이 글의 넷 가운데 명제와 받는 이는 거기서 왔고, 영수증과 응답 요구는 이 글이 세운 것이다.
- 명제: 전하려는 내용이 겉에 적혀 있는가.
- 받는 이: 누구에게 전하는지가 겉에 드러나 있는가.
- 영수증: 그렇게 전했다는 것이 두 사람 사이에 남는가.
- 응답 요구: 받은 사람이 답해야 하는가.
넷이 다 겉에 있는 것이 명시다. “네가 늦어서 기분이 상했어.” 전하려는 ‘서운하다’가 문장에 그대로 적혀 있다.
공손 이론은 드러내 말하기와 숨겨 말하기의 이득을 나란히 적는다. 드러내 말하는 사람은 정직하고 솔직하다는 신용을 얻고, 조종하려 한다는 의심을 피하고, 오해받을 위험을 피한다. 숨겨 말하는 사람은 요령 있고 강압적이지 않다는 신용을 얻고, 체면을 깎을 수 있는 해석에 걸리지 않으며, 듣는 사람에게 자기를 아끼는 모습을 보일 기회를 준다(Brown & Levinson 1987).
명시는 답을 요구한다. 받은 사람은 못 들은 척할 수 없다. 답을 구하는 말을 받은 사람이 알아들을 만한 응답을 내놓지 않으면, 그 행동은 해명이 필요한 것이 된다(Pomerantz 1984).
수단 다섯과 명시를 이 넷으로 읽으면 다음과 같다.
| 수단 | 명제 | 받는 이 | 영수증 | 응답 요구 |
|---|---|---|---|---|
| 침묵 | 없음 | 없음 | 없음 | 없음 |
| 표정과 몸 | 없음 | 반 | 반 | 없음 |
| 우의적 행동 | 약한 함축 | 없음 | 반 | 없음 |
| 일반화한 말 | 있음 | 없음 | 있음 | 없음 |
| 함축한 말 | 있음 | 있음 | 반 | 반 |
| 출구를 단 명시 | 있음 | 있음 | 있음 | 없음 |
| 명시 | 있음 | 있음 | 있음 | 있음 |
겉에 있는 부품이 많을수록 가시거리가 길다. 순서가 정해진 것은 양 끝뿐이다. 침묵에는 넷이 다 없고 명시에는 넷이 다 있다. 가운데 수단들 사이에는 정해진 순서가 없다.
표가 재는 것은 겉에 적힌 것이다. 말한 사람이 실제로 누구를 겨냥했는지, 무엇을 뜻했는지는 재지 않는다.
수단은 서로 겹친다. 굳은 얼굴로 함축한 말을 할 수 있고, 프로필에 일반화한 말을 적을 수 있다. 신호의 방법을 나눈 연구도 한 신호가 여러 방법을 겸할 수 있다고 적었다(Clark 1996). 말과 말 아닌 것을 한 공간에 놓는 이론도 있다. 뜻하기에서 보여 주기까지, 확정된 내용에서 확정할 수 없는 내용까지 두 연속체가 직교하고, 전하려는 것은 그 공간 어디에나 놓일 수 있다(Sperber & Wilson 2015).
앞 편은 받는 말을 다뤘다. 받는 말이 상대의 말을 얼마나 떠맡을지를 조절한다면, 보내는 말은 자기 말에 얼마나 걸릴지를 조절한다.
침묵
늦은 사람이 보낸 메시지에 기다린 사람이 답하지 않는다. 전하려는 것은 ‘서운하다’이다. 침묵에는 넷이 다 없다. 그래도 전해지는 것이 있다. 소통 이론의 오래된 공리는 사람이 소통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말을 하든 하지 않든 그것은 메시지의 값을 갖는다(Watzlawick, Beavin & Jackson 1967).
침묵이 얼마나 길어야 뜻을 갖는지는 재어 본 연구가 있다. 전화 대화의 응답 195개를 분석한 연구에서, 차례 사이의 틈이 700ms 이상일 때만 거절이나 비동의 같은 응답의 비율이 수락이나 동의보다 뚜렷이 높았다. 응답의 종류만 놓고 보면, 그보다 짧은 틈에서는 두 쪽의 타이밍이 체계적으로 갈리지 않았다(Kendrick & Torreira 2015).
듣는 사람의 귀도 비슷한 자리에서 반응한다. 요청이나 평가 뒤의 틈을 0ms, 600ms, 1200ms로 바꿔 들려주면, 틈이 길수록 요청에 응할 뜻이 약하게 들리고 평가에 대한 동의도 약하게 들렸다(Roberts, Francis & Morgan 2006). 요청 뒤의 틈을 더 잘게 나눈 실험에서는 600ms에서 평정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700ms와 800ms 사이에서 유의한 차이가 났다(Roberts & Francis 2013).
침묵이 무엇으로 읽히는지는 앞말에 달려 있다. 요청이나 평가 뒤의 긴 침묵은 거절과 비동의 쪽으로 읽힌다. 단언 뒤의 침묵은 받아들인 것으로 읽힐 수 있다(Farkas & Bruce 2010).
응답이 없을 때 말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셋으로 정리된다. 응답 얻기를 그만둔다. 상대의 응답을 짐작하고 그것을 말로 꺼내지 않은 채 둔다. 말로 된 응답을 계속 구한다(Pomerantz 1984). 둘째 길에서 침묵의 뜻은 받은 쪽이 채운 것이다. 침묵한 사람은 “아무 말도 안 했다”고 할 수 있고, 그 말은 참이다.
표정과 몸
기다린 사람이 굳은 얼굴로 앉아 있다. 전하려는 것은 ‘서운하다’이다. 그 얼굴은 마주 앉은 사람에게 보일 수 있다. 말을 건넨 것은 아니어서 받는 이는 반만 드러나 있다. 보였더라도 무엇을 보였는지는 남지 않으니 영수증도 반이다. 명제와 응답 요구는 없다.
사람이 내는 표현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주는 표현이다. 말이나 그 대용물로, 정보를 전하려고 스스로 인정하며 쓰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흘리는 표현이다. 남이 그 사람의 징후로 다룰 수 있는 넓은 범위의 행동이다. 보는 사람은 통제하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쪽을, 통제할 수 있는 쪽이 전하는 것이 맞는지 검사하는 데 쓴다(Goffman 1959).
흘리는 표현 가운데서도 몸의 부위마다 사정이 다르다. 감추려던 정보가 드러나는 것을 누출이라고 부른 연구는, 얼굴이 비언어 가운데 주된 거짓말쟁이일 것이고 다리와 발이 누출의 주된 원천이라고 적었다(Ekman & Friesen 1969).
사람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두 방식으로 소통한다. 말에 해당하는 디지털 언어는 복잡하고 강력한 논리 구문을 갖지만 관계의 영역에서는 의미론이 모자란다. 표정, 몸짓, 어조에 해당하는 아날로그 언어는 그 의미론을 갖지만, 관계의 성질을 한 가지로 규정할 구문이 없다(Watzlawick, Beavin & Jackson 1967).
그래서 굳은 얼굴은 무언가를 전하면서도 ‘서운하다’와 ‘피곤하다’와 ‘관심 없다’를 가르지 못한다. 가르는 일은 보는 사람이 한다.
우의적 행동
기다린 사람이 그날 저녁 메신저 앱의 프로필 사진을 시계 사진으로 바꾼다. 전하려는 것은 ‘서운하다’이다. 이런 행동은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고 받는 이가 정해져 있지 않다.
받는 쪽은 뜻을 풀기 전에 이것이 자기에게 온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자기 것이라고 정하고 풀어도 확인할 길이 없다. 행동은 남고 뜻은 남지 않는다. 물으면 “그냥 바꾼 거야”가 돌아올 수 있다. 표정과 반대다. 표정은 전해졌을지 몰라도 남는 것이 없고, 사진은 남아도 전해졌는지 알 수 없다. 둘 다 영수증은 반이다.
함축에는 강한 것과 약한 것이 있다. 말하는 사람이 떠올리게 하려는 것이 하나로 좁혀져 있으면 함축은 강하다. 가능한 대안의 폭이 넓을수록 함축은 약하고, 그만큼 듣는 사람도 자기가 보탠 전제를 얼마간 자기 몫으로 진다(Wilson & Sperber 2012). 우의적 행동이 싣는 것은 약한 함축의 다발이다.
흘리는 표현이 주는 표현을 검사하는 데 쓰인다는 사정은 이 방식에 쓸모를 준다. 통제하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쪽도 꾸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추고, 찾아내고, 거짓으로 드러내고, 다시 찾아내는 정보 게임이 끝없이 이어질 수 있다(Goffman 1959).
일반화한 말
“난 시간 안 지키는 사람이 제일 싫더라.” 전하려는 것은 ‘네게 서운하다’인데 문장에 ‘네게’가 없다. 명제가 있고 영수증도 있다. 받는 이가 없다. 겉모양만으로는 정말 일반론인지 누군가를 겨냥한 말인지 가를 수 없다.
공손 이론은 숨겨 말하기의 전략 열다섯 가운데 이 방식을 따로 적어 두었다. 열셋째 전략은 지나치게 일반화하기다. 규칙을 들어 말하면 그 행위가 누구를 겨냥하는지가 흐릿하게 숨는다. 예문은 “어른스러운 사람은 가끔 설거지를 돕지”이다. 그 일반 규칙이 이 경우 자기에게 해당하는지를 정하는 것은 듣는 사람의 선택이 된다. 속담도 같은 일을 한다(Brown & Levinson 1987).
열넷째 전략은 듣는 이를 바꾸는 것이다. 진짜 겨냥한 사람에게 직접 말하지 않고, 그 말로 체면이 깎이지 않을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건넨다. 그리고 겨냥한 사람이 알아듣기를 바란다(Brown & Levinson 1987). 기다린 사람이 늦은 사람 앞에서 함께 온 다른 친구에게 “넌 늘 제시간에 오더라”라고 한다. 전하려는 것은 ‘너는 늦었고 나는 서운하다’이다.
이 방식으로 한 말을 물릴 때 하게 되는 말은 “네 얘기 아니야”이다. 싫다고 한 것은 물릴 수 없다. 물릴 수 있는 것은 받는 이다.
받는 이가 여럿인 자리에서는 저마다 그 말이 자기 것인지를 정한다. 조직의 소통을 다룬 연구는 사람들이 목적을 이루려고 일부러 애매함을 쓰는 경우를 전략적 애매성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여러 관점이 함께 서게 하고, 특권적 지위를 지키며, 부인할 수 있다. 애매한 소통은 단언이 가볍다는 특징이 있어서 덜 애매한 소통보다 쉽게 부인된다(Eisenberg 1984). 이 연구가 말하는 애매함은 흐린 말 전반을 넓게 가리킨다.
받는 이가 한 사람뿐인 자리에서 일반화한 말이 나오면 사정이 다르다. 일반 규칙의 꼴로 온 말이 누구 것인지는 정할 것도 없이 정해져 있다.
함축한 말
“요즘 많이 바쁜가 봐.” 상대에게 직접 건넨 말이라 받는 이가 있다. 전하려는 ‘서운하다’는 문장에 없고, 듣는 사람이 미루어 되살려야 한다. 한 말은 남고 뜻한 말은 남지 않는다.
앞의 수단들과 갈리는 자리는 무엇을 물릴 수 있느냐다. 표정은 “그냥 피곤해서 그래”로, 프로필은 “너 보라고 올린 거 아니야”로, 일반화한 말은 “네 얘기 아니야”로 물린다. 셋 다 너에게 무언가를 전하려 했다는 것 자체를 물린다. 함축한 말은 말을 건넸다는 것은 물리지 못하고 내용만 물린다. “그런 뜻은 아니었어.” 넌지시 말하기를 일부는 드러나 있고 일부는 숨겨진 소통으로 정의한 연구가 있다(Witek 2024).
대화 함축은 취소할 수 있다. 말하는 사람이 발을 뺐다는 것을 밝히거나 내비치는 절을 덧붙여서 명시적으로 취소할 수 있고, 맥락으로도 취소할 수 있다(Grice 1975; 1978). 함축한 말을 물릴 때 하게 되는 말은 “그냥 안부였어”이다. 물릴 수 있는 것은 명제다. 받는 이는 그대로다.
간접 화법을 설명하는 한 이론은 세 가지를 든다. 간접 요청은 그럴듯하게 부인할 수 있다. 언어는 정보를 전하는 일과 관계의 종류를 협상하는 일을 함께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언어를 디지털 매체로 지각해서, 문장 하나가 공통 지식을 만들 수 있다. 예문은 단속에 걸린 운전자의 말이다. “경관님, 이 딱지를 여기서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요?” 간접 화법은 각자의 앎만 주고, 직접 화법은 공통 지식을 준다(Pinker, Nowak & Lee 2008). 둘 다 알아도, 둘 다 안다는 것을 둘 다 아는 상태는 되지 않는다.
철학은 이것을 넌지시 말하기라는 이름으로 다룬다. 넌지시 말하기는 위험한 태도와 내용에 대해 부인할 여지를 남기는 함축이고, 내용을 대화의 기록에 올리지 않은 채 전한다(Camp 2018). 부인 가능성은 인식의 문제로 정의되기도 한다. 말한 사람이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하면, 듣는 사람은 그가 그런 뜻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된다(Dinges & Zakkou 2023).
실험은 함축이 무엇을 덜어 주고 무엇을 덜어 주지 못하는지를 잰다. 거짓으로 드러난 내용을 단언한 사람과 함축한 사람 가운데 누구를 믿겠느냐고 물었을 때, 41명 중 30명(73%)이 함축한 사람을 골랐다. 벌에 가까운 일을 누구에게 맡기겠느냐는 물음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Mazzarella, Reinecke, Noveck & Mercier 2018). 약속을 다룬 실험에서 사람들은 말한 사람이 말한 것뿐 아니라 뜻한 것에 묶여 있다고 보았다(Bonalumi, Scott-Phillips, Tacha & Heintz 2020). 부인을 다룬 실험에서 책임을 묻는 정도는 부인 자체가 아니라 속일 유인이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졌다(Bonalumi, Bumin, Scott-Phillips & Heintz 2023). 거짓말이라는 판정은 그 사람이 자기를 얼마나 걸었다고 여겨지는지와 밀접하게 묶여 있다(Reins & Wiegmann 2021).
명제를 흐리는 길은 함축 하나가 아니다. 애매한 말은 읽기가 둘 이상으로 갈린다. “참 여유 있네”는 부러움으로도 비꼼으로도 읽힌다. 전하려는 것은 ‘늦고도 태연해서 서운하다’이다. 모호한 말은 경계가 없다. “다음엔 좀 일찍 와”는 얼마나 일찍 와야 지킨 것이 되는지를 정해 주지 않는다. 전하려는 것은 ‘다음엔 제시간에 와’이다. 일반적인 말은 해상도가 낮다. “오늘 좀 그랬어”는 참이면서 무엇이 어땠는지를 싣지 않는다. 전하려는 것은 ‘네가 늦어서 서운했다’이다.
의미론은 이 셋을 가른다. 애매함은 표현과 뜻 사이의 대응이 불확실한 것이고, 모호함은 낱말의 뜻 자체에 경계 사례가 있는 것이다(Kennedy 2011). 덜 정해진 것은 애매한 것과 다르다. 영어의 ‘aunt’는 고모인지 이모인지를 정하지 않지만 뜻이 둘인 낱말은 아니다(Sennet 2021). 겉치레로 하는 초대를 분석한 연구는 그런 초대의 표지 일곱 가운데 하나로 약속을 모호하게 두는 것을 들었다(Isaacs & Clark 1990). 받는 쪽이 하는 일도 길마다 다르다. 함축은 미루어 알아야 하고, 애매한 말은 골라야 하고, 모호한 말은 선을 그어야 하고, 해상도가 낮은 말은 채워야 한다.
출구
응답 요구는 나머지 부품과 따로 뗄 수 있다. “늦어서 좀 서운했어. 대답은 안 해도 돼.” 전하려는 것은 ‘서운했다’와 ‘답하지 않아도 된다’이고, 둘 다 문장에 적혀 있다. 명제도 받는 이도 영수증도 있다. 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출구가 문장 안에 달려 있다.
공손 이론은 이것을 소극적 공손에 둔다. 듣는 사람의 응답을 강제하지 않는 것, 그 행위를 하지 않을 선택지를 명시적으로 주는 것이 듣는 사람의 체면을 다듬는 한 가지 길이다(Brown & Levinson 1987). 그보다 앞선 연구는 공손의 규칙을 셋으로 적었다. 강요하지 마라. 선택지를 주라. 상대를 기분 좋게 하라(Lakoff 1973).
무게가 놓이는 자리
아래의 표는 문헌의 말이 아니라 이 글이 놓고 보는 틀이고, 그 뒤는 그 틀을 문헌으로 받친 것이다. 전하려는 것에는 무게가 있다. 드러내어 보내든 흐리게 보내든 그 무게는 내려지지 않는다. 종류가 바뀐다.
| 명시 쪽 | 묵시 쪽 | |
|---|---|---|
| 보내는 쪽 | 걸린다 | 닿았는지 모른다 |
| 받는 쪽 | 답해야 한다 | 풀어야 한다 |
명시하면 보내는 쪽은 자기 말에 걸린다. 말한 것에 묶이고, 물리려면 값이 든다. 받는 쪽은 풀 것이 없고 답해야 한다. 흐리게 보내면 보내는 쪽의 걸림은 줄고, 그것이 닿았는지 모르는 채로 남는다. 받는 쪽은 답하지 않아도 되고 풀어야 한다.
흐리게 보낼 때 없어지는 것은 무게가 아니라 영수증이다. 사람들은 말한 사람이 뜻한 것에도 묶여 있다고 본다(Bonalumi, Scott-Phillips, Tacha & Heintz 2020). 받은 쪽의 장부에는 이미 적혀 있고, 둘 사이의 기록에만 없다.
간접성에는 두 가지 큰 이득이 있다고 한다. 라포르와 자기방어다(Tannen 1986). 라포르는 설명하지 않고도 이해받고 청하지 않고도 얻는 만족이다. 방어는 자기 말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물러서서 체면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Tannen 1981). 기다린 사람이 “요즘 많이 바쁜가 봐”라는 말로 ‘서운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할 때, 늦은 사람이 알아듣고 사과하면 기다린 사람은 말하지 않고도 이해받는다. 알아듣지 못하거나 언짢아하면 “그냥 안부였어”라고 물러설 수 있다.
명시 쪽 끝에도 값이 있다. 말은 내용을 싣는 데는 정밀하지만 관계를 싣는 데는 서툴다(Watzlawick, Beavin & Jackson 1967). 그래서 명시로 쓴 말은 차갑다는 소리를 듣기 쉽다. 온도를 실으려고 묵시 쪽으로 내려가면 받는 쪽이 풀어야 할 것이 늘어난다. 남는 길은 관계를 명제로 옮겨 적는 것이다. 서운함은 표정으로 보일 수도 있고 “서운했다”는 문장으로 적을 수도 있다.
묵시 쪽을 고르는 까닭이 무게만은 아니다.
모를 때가 있다. 자기가 서운한 것인지 피곤한 것인지 아직 모르는 사람의 침묵은 명제를 쥐고 보내지 않는 사람의 침묵과 겉이 같다. 모호한 말이 더 정확한 경우도 있다. 얼마나 늦을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이 ‘정확히는 모르지만 삼십 분 안팎이다’를 전하려고 “삼십 분쯤 늦을 것 같아”라고 하면, 정밀한 구간을 대는 것보다 듣는 사람에게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다(Égré, Spector, Mortier & Verheyen 2023).
상대가 받을 수 없는 상태일 때가 있다. 늦은 사람이 지친 얼굴로 들어온 날이 그렇다. 명시는 답을 요구한다. 이런 날의 “요즘 많이 바쁜가 봐”는 ‘서운하다’를 전하려 하면서, 답할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모른 척할 출구를 남긴다.
명제보다 관계가 먼저일 때가 있다. 관계는 표정과 몸에 더 잘 실린다. 늦은 사람이 들어서자 기다린 사람이 말없이 웃으며 자리를 내준다. 전하려는 것은 ‘괜찮다, 와서 반갑다’이다.
명제가 말하는 사람 혼자의 것이 아닐 때도 있다. 늦은 까닭이 식구의 사정이라면, 그 사정은 늦은 사람이 꺼낼 말이 아니다. “집에 일이 좀 있어서”는 참이고 해상도만 낮다. 전하려는 것은 ‘늦을 만한 까닭이 있었다’까지다. 사적인 정보는 여럿이 함께 가진 것이 될 수 있고, 함께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더 퍼뜨릴지에 관한 규칙에 묶인다는 이론이 있다(Petronio 2002). 그 틀을 빌리면, 이때 빠진 부분은 걸림을 덜려고 뗀 것이 아니라 문장 바깥 사람의 몫이라 싣지 않은 것이다. 같은 자리에서 “그건 내가 할 얘기가 아니야”라고 하면 가린다는 사실이 명시된다. 전하려는 것은 ‘까닭은 있지만 내가 말할 수 없다’이다. 격률에서 빠지겠다고 밝히는 길이다. “더는 말할 수 없다. 내 입은 봉해졌다”(Grice 1975).
받는 쪽에도 몫이 있다. 일반화한 말이 자기 것인지 정할 때 근거를 따지는 것, 침묵을 한 가지 뜻으로 못 박지 않는 것이 그 몫이다.
가시거리는 정직을 재지 않는다. 몰라서 하는 침묵이 있고 거짓된 명시가 있다. 재는 것은 무게가 어디에 놓였는지다.
들 수 있었던 무게를 지금 누가 들고 있는가.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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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AI와 대화한 기록들을 재료로, 나와 AI가 변증법적으로 교전해서, AI의 손을 빌려서 타이핑했다.